히말라야에서 보낸 편지 친애하는 당신께 잘 지내요? 저는 무작정 가방을 메고 집을 떠나온 지 스무 날이 되어갑니다.이곳에서 저곳으로, 발 닿는 데로 움직이다 보니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 포카라에 도착했어요.푸른 빛으로 물든 '페와' 호수를 길게 둘러싼 카페와 음식점,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을 즐기거나 공연을 감상하는 사람들.이토록 따뜻하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 속에 잠시나마 그 일부가 되어 편지를 작성해요. 지난번에는 온통 우울한 얘기만 늘어놓아서 보낸 후에 조금 후회했어요.당신께 나의 우울이 번질까봐요. 오늘은 조금 더 밝은 얘기로 채워볼까 합니다. 어제는 혼자 거리를 배회하다 퍽 멋져보이는 펍에 들러 맥주를 마셨습니다.네팔 맥주는 그럭저럭 마실만 했고 사람들은 친절했습니다.그곳에서 만난 캐나다인 가족과 프랑스인 커플은 만년설로 덮인 저 높은 산을 오르겠다는 생각에잔뜩 상기되어 자신들의 계획을 늘어놓습니다. 이 마을은 히말라야를 오르기 전, 현지 정보를 얻거나 행정 처리를 하기 위해 필수로 방문하는 곳이더군요.오를 사람들, 올라갔다 온 사람들 틈에 몰래 숨어 ‘나에게 등산은 너무 괴로운 일이지. 난 충분한 휴식을 취하다 내일이든 모래든 이 마을을 떠날꺼야.’ 생각했습니다. 이때까진 정말 그랬어요. 숙소로 돌아오는 길, 문득 올려다본 저기 저 커다란 산맥에 오르다보면 나의 번뇌가 사라질까?저 곳이라면 후회와 미련을 두고 올 수 있을까? 혹시 모르는 일이지. 정말 그럴수만 있다면.. 다음 날,순식간에 마을 곳곳을 뒤지며 등산화와 장비를 빌리곤 오피스에 들러 행정처리를 마쳤어요.근처까지 데려다줄 픽업차량도 구했죠. 우연히 빈 자리가 나서 바로 약속을 잡았어요.모든 것이 운명처럼, 계획한 일처럼 막힘없이 진행되었어요.정말 순식간에요. 현지인들은 제가 행운이 가득한 사람이래요.이상하죠?, 한국에선 한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말인데. 오늘은 편지가 짧아요. 내일 히말라야로 떠나는 날이기 때문에 정신이 없거든요.대신 사진 몇 장 동봉해서 보내요. 이곳에 도착하기 전 들렀던 곳들이에요. 심심하실 때 꺼내보셔요.다시 편지할게요.이번에는 답장해주시면 좋겠어요.당신의 이야기를 가득 채워서요.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