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필름이 뒤섞이는 바람에 같은 필름으로 두번 세번 촬영되는 불상사가 벌어졌습니다.현상을마치고 약간은 허탈한 마음을 지긋이 누르며 가만히 필름을 바라보고 있자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형상으로 기이하기도, 예쁘기도 한 것이 마치 뒤죽박죽 섞인 나의 기억과도 같아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필름입니다. 쓸쓸히 돌아서는 뒷모습에 봄날의 꽃이,돌바닥엔 멋들어진 건축양식이,몇달 전 보았던 가을 낙엽 속에는 뜨거운 여름 풍경이,창가로 비치는 많은 기억의 조각들이 마치 나의 기억과도 같아서. 2016년 영국, 벨기에, 러시아, 프랑스 혼합필름